언론보도

신들의 섬 발리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짧은 생각

전병혁/이혜진 2013. 2. 27. 07:36


 

각자의 업무와 육아에 시달리던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기로 하였다 바로 부부만의 짧은 여행. 어렵게 휴가 신청을 내고 여행지를 물색하였고 논의 끝에 결정한 곳은 인도네시아 발리. 가본적도 없고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발리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가슴 부풀고 설렌다 왜일까보지는 못했지만 절찬리 방영된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의 영향도 있겠고 신혼부부들의 신행으로 유명한 곳이니 만큼 아름다운 풍광과 따뜻한 기후 그리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을 거란 막연한 상상 때문 아니겠는가 게다가 휴가 일정이 1월이어서 겨울의 절정에서 느끼는 열대바다에 대한 기대도 무척 컸을 것이다 아무튼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바알~~

7시간의 지루한 비행 끝에 도착한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 공항, 내리자 마자 옷속으론 땀이 비오 듯 하고 안경엔 습기가 찬다. 아 여름이구나! 공항 시설이 열악해 옷 갈아 입을 곳이 없어 한동안 겨울 옷으로 돌아 다녀야 했지만 잠시나마 이국적 풍토에 대한 감상과 기대가 불편함과 불쾌함을 잊게 하였다.   

인도네시아는 적도에 걸쳐 5000km 너비로 길게 늘어진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구는 2 5천명 그 중 88%가 이슬람을 믿는다, 노동자 평균 임금 약 15만원, 대부분의 인구가 산업화 되어가는 자카르타와 휴양으로 유명해진 발리에 모여들고 있다. 독특한 점은 발리는 본섬과 달리 흰두교도가 많아 대부분의 가정집에 흰두사원이 있어 신들의 섬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다. 기후는 우기(11~3)와 건기로 나뉜다.

우리 여행에서의 발리는 적도의 뜨거운 태양은 커녕 여행 내내 비만 내렸고 상상했던 쪽빛바다는 너무도 탁했다. 그랬다 우리는 우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평소 패키지 여행을 주로 하기에 사전 조사 없이 여행을 다녔었고 가이드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였는데 우리의 게으름은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철퇴를 맞았다. 인도네시아는 법으로 자국민 만이 가이드를 할 수 있게 되어있고 여행 문화가 작은 미니밴에 가이드, 운전기사 그리고 커플 한 쌍만이 타고 움직였다. 그런데 공교롭게 당시 한국어 가이드들이 파업 중이라 한국어가 서툰 임시가이드가 배정되어 차량 안은 내내 적막하였다. 저녁엔 숙소에서 가이드북을 펼치고 현지 공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서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숙소에서 하루종일 현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한국 방송만을 보게 될 테니깐 말이다.  

우기 여행은 처음이라 나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공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발리가 휴양지로 각광받고 서비스업종의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가 급속히 유입되었다. 하지만 제반시설 확충없이 인구만 늘다보니 길은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넘쳐나고 길가로는 무수히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하여 교통체증 심각한 공사판 한가운데에 있는 듯 했다. 쓰레기는 곳곳에 산을 이루고 폐건물과 신축중인 건물이 풍광을 막아 그 틈으로 빼꼼히 초록빛 산을 간신히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잠발란 시푸드 레스토랑이었다. 아내가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왔었다며 추천한 공항해변에 위치한 아름다운 레스토랑, 해변에서 석양을 보며 근사하게 랍스터를 즐긴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그 식당에서 아내는 채 5분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왔다. 바다와 식탁 사이에는 모래사장이 아닌 쓰레기 산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형용 색색의 용감한 파리들과 함께 시푸드(?)를 맛보았다 그리고 엄청난 바가지에 두 다리는 휘청거렸다. 식탁 앞에 산을 이룬 흰 비닐의 정체는 다음날 밝혀졌는데 바로 해양스포츠중 사용되는 빵비닐. 해양가이드가 빵을 비닐에 넣어주는데 그것으로 열대물고기를 유인해 구경하고 대부분 그대로 버린다 우리는 바다 속에 널려있는 흰 비닐이 흉하여 우리 것이라도 고이 가지고 나와 가이드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마치 환경지킴이의 표정을 하고 당당히 비닐을 가이드의 손에 넘겨주는 순간 우리는 얼음이 되고 말았다땡큐라는 말과 함께 흰 비닐은 가이드의 손을 떠나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여행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초지일관 더럽다고 생각한 적은 처음인 듯 하다 동남아국가 대부분은 관광객을 위한 숙소나 식당은 깨끗하기에 그곳을 벗어나면 주민들이 가난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기임을 감안해도 가는 곳곳 쓰레기와 폐건물, 정비 안된 도로, 교통체증, 극심한 바가지로 일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해서다 (물론 극심한 바가지는 한국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현지 한국인의 책임이 클듯하다). 우리 부부가 사전 정보없이 즉흥적으로 정해진 관광코스를 이탈하여 현지 문화에 가까이 들어가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 많은 이들과 다른 경험을 종종하는지는 몰라도 현지에서 만난 몇몇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도 10년뒤의 발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지인들은 수하르토 이후 들어선 부패정권은 국민의 삶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예전에 유럽각국에서 인도네시아에 막대한 환경 보존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당시엔 뭔 얘긴가 싶었다. 추후 살펴보니 최근 인도네시아의 산림파괴, 환경훼손이 극에 달해 있다고 한다. 여행 내내 절로 아내와 평소엔 관심도 없었던 환경문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원인이 무엇일까? 또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교육문제 일까? 정책 문제일까? 돈을 위해 행해졌던 일들이 결국엔 그들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10년후에도 관광객들이 찾아올지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행히도 워터봄이라는 워터파크를 찾아내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캐러비안 베이와 비슷한 곳인데 한국과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아 무척 쾌적하였다. 하지만 이곳 밖으로 나가기가 싫었다 못 본 곳이 더 없을 까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다니던 싱가폴 여행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번 여행을 마치며 선진국민이 바라볼 한국, 작게는 외부인이 바라볼 내 직장을 생각해 보았다. 쾌적함과 만족감을 느낄까 아니면 다신 오기 싫을까? 비단 외국인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한번 더 주위를 돌아보고 환경 보호의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